아시아가 더 나은 비즈니스를 받아들이는 방법
기업은 기후 변화 및 탄소 배출 대응 또는 지속가능한 커뮤니티 구축 등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목표와 부의 창출 사이에 균형을 이룰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확고한 운영 및 기술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는 투자, 혁신은 물론, 상위 및 하위 가치 사슬을 아우르는 여러 부문간 협업과 함께 효과적인 고위 경영진의 결단이 필요하다.
복잡성을 가중시키는 변수는 시간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이하 아태 지역)은 인프라 및 건설 분야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았지만 디지털 도입에 관해서는 여전히 가장 더딘 지역에 속한다. 이는 UN의 지속가능한 개발 의제에서 수립된 2030년 목표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뒤처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목표 달성까지 10년이 채 남지 않은 현재 온실가스 감소 및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과 같은 영역에서 국가 차원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긴급히 방향을 전환하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성과 관련하여 아태 지역의 비즈니스 및 정부 지도자들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이다.
발전을 위한 지름길 찾기
2030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새로운 장려책과 규정을 통해 채찍과 당근 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발전은 새롭게 설계된 운영 모델과 기술의 조합을 받아들이는 비즈니스 리더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어쨌든 투자자들은 이미 ESG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인도 방갈로르 국제 공항 팀은 제2터미널 신축을 완공하면서 지속가능성 목표도 달성하기 위해 디지털 도구를 활용했는데, 이는 정책 입안자보다는 투자자 측의 요청이었다.
그렇다고 정책 방면에서는 정체된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1년 1월, 인도네시아 정부는 온실가스 감소를 위한 중요 목표가 포함된 첫 지속가능한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싱가포르 정부는 Green Plan 2030을 발표했다. 교육, 무역, 교통, 환경 부문의 각 부처들이 참여하는 범정부적 법률 제정 및 보조금 지원 프로그램이다.
그 사이 COP26에서 중국이 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한 미국과의 뉴딜을 발표했고, 인도는 2030년까지 전기 발전량의 절반을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기로 약속했다. 또 일본은 아시아 및 그 외 지역의 탈탄소화를 지원하기 위해 이미 약속한 600억 달러 외에 100억 달러를 해외 기후 자금으로 추가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갈수록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폐기물 및 에너지 사용량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위한 새로운 기후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위한 자금을 모으고 이를 구현하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이러한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솔루션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부문에서 맥킨지(McKinsey)는 일반적인 공공 사업 회사가 즉시 사용 가능하면서 재생 에너지로 쉽게 전환하게 해 주는 디지털 솔루션을 배포하면 20년 동안 최대 10억 달러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마이크로그리드와 배터리 저장소를 받아들이면 공공 사업 운영 모델의 복원력과 적응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탄소 집약적인 에너지원, 사후 대응적 관리 방식 및 기존의 용량 계획 도구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단지 한 부문의 예시 하나에 불과하다. 아태 전역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기술 및 지속가능성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 최신 기술을 활용하고 지속가능한 수익성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단계가 있다.
기술보다 폭넓은 도입이 중요
팬데믹에서 얻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디지털 도입을 통해 빠르게 산업 전반을 혁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솔루션은 굳이 새롭지 않아도 된다. 조직 내에서 얼마나 폭넓게 디지털을 도입하는지, 기존 프로세스를 어느 정도까지 개선하고 자동화하거나 더 나은 것으로 교체하는지가 관건이다.
IoT(사물 인터넷), 분석, 머신 러닝 등 지속가능한 결과를 제공하는 기술은 초기 도입 단계에 있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채택되기 시작하고 있다.
예를 들어 AEC 부문에서 BIM(빌딩 정보 모델링)은 인프라 및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의 설계 및 프로젝트 관리 분야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건설 환경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며 일반적인 건설 현장에서는 사용하는 건설 자재의 30%나 폐기하고 있다. BIM 기술을 사용하여 프로젝트 개발을 관리하면 폐기물을 15% 줄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기술은 시설이 문을 연 후 운영을 개선하는 데에도 사용될 수 있다. 건물 에너지 성능의 모니터링과 관리를 최적화할 수 있으므로 실제 필요한 만큼만 전력을 소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렌드리스(Lendlease) 아시아 지부에서 지속가능성 부문 책임자를 맡고 있는 마이클 롱(Michael Long)은 2021년 6월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건설 업계가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개발업체는 자율 적응형 제어를 위한 지능형 인터페이스로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쓴 바 있다.
롱의 글에 따르면 미래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 지속가능하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건물에 달려 있다. "이는 정적인 물리적 공간에서 인간의 요구사항을 예측하고 이에 맞춰 적응할 수 있는 자가 인식 환경으로의 진화를 나타낸다."
BIM 활용 사례와 성공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이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밝힌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건설 회사는 전체의 7%에 불과했다. 이는 BIM 기술이 도입될 여지가 아직도 많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초기 단계의 혁신에 대한 투자는 인류와 지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면서 더욱 높은 품질의 주거용 건물을 건설하는 쪽으로 AEC 산업을 이끌 수 있다.
디지털 활용을 확장하면 공통된 산업용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 현황을 보다 쉽게 추적할 수 있다.
'지속가능한 혁신(Sustainovation)'
지속가능한 결과를 창출하는 기술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방콕의 WHIZDOM 101 복합 단지를 들 수 있다. 이 단지는 처음부터 거주자들이 더 친환경적이고 건강하며 보다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도록 돕기 위해 설계되고 대도시 내에 건설된 지속가능한 스마트 시티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디지털을 독창적으로 활용하여 기술과 지역 사회를 통합한다. 단지 정문 바닥에 시공된 에너지 및 데이터 수집 타일은 사람의 발걸음에서 발생하는 운동 에너지를 저전압 전기로 변환한다. 이렇게 변환된 전기는 저장되었다가 LED 조명, 표지판 솔루션 및 모바일 장치 충전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방문객이 단지에 도착하면 그저 정문 부근을 걸어 다니기만 해도 재생 에너지를 생성하게 된다.
단지를 이루는 건물도 구성요소를 더 적게 사용하며 친환경 자재 및 공법을 활용하여 시공되었다. 예를 들어 이 프로젝트의 중앙 타워는 자연 환기가 더 원활히 이루어지고 햇빛이 최대한 잘 들도록 배치되었다. 자연광과 바람을 활용한 덕분에 거주자들의 에너지 사용량이 절감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
복합 단지가 문을 열면 3D 모델이 단지 관리자에게 인계되며, 그러면 단지 관리자는‘디지털 트윈’을 통해 단지를 모니터링 및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제조 부문의 경우, 방갈로르에 본사를 둔 그린디자인(Greendzine)은 디지털 설계를 사용해 경쟁업체보다 더 빠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저속 전기 차량을 제조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및 설계 도구를 통해 모듈식 R&D 접근 방식을 채택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부품 및 자재 비용의 70%에 해당하는 표준 구성요소를 사용해 제품 라인을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통해 생산량이 적은 경우에도 테스트 및 검증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된다. 또한 설계자와 제품 관리자는 단일 '정보 소스'를 기반으로 협력하여 프로토타입에서 생산 단계로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그린디자인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 기술 책임자인 카디키얀 순다람(Karthikeyan Sundaram)은 "가상의 진흙으로 제작하는 것과 같다"며 "디지털은 물리적 프로토타입 단계로 빠르게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3D로 렌더링되므로 요구사항 충족 여부를 즉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보다 빠르게 실패를 경험하며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동에 나설 시간
산업화와 경제 발전에 잠재적인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과학 분야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인식하고 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의 수학자인 조제프 푸리에(Joseph Fourier)는 1820년대에 대기 '온실효과'의 존재를 제시했다. 러시아의 지질학자인 블라디미르 베르나츠키(Vladimir Vernadsky)는 1926년에 출판된 저서 The Biosphere에서 인간의 삶과 지구 생태계 간의 상호 의존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1~2세기 후에 우리는 이러한 관계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완전히 깨달았다. 과학은 많은 것을 밝힐 수 있으며, 기술은 지속가능성 목표 달성을 지원하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예를 살펴보면, 한국의 녹색 성장 전략은 안정적인 다중 사이클 충전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과 통합 배터리 구축을 위한 정부의 조기 지원을 이끌어 냈다. 리튬 이온 배터리 비용은 2010년에서 2020년까지 거의 90% 감소했고, 한국의 배터리 생산업체는 2013년까지 시장 점유율 1위의 자리를 지켜 왔다.
빠른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나서 몇 달 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자신들이 이 상황의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고객과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자 하는 기업을 지지하려 한다. 우리가 내리는 의사 결정은 이제 탄력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