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교훈: 디지털 도플갱어로 이익과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법
장비가 30만 킬로미터 넘게 떨어져 있다면 시스템 오류를 어떻게 진단할까? 1970년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관제센터 지휘관들은 아폴로 13이 비행 중 폭발하여 작동이 중단되자 황급히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그들은 빠르게 태세를 전환하여 수리 시나리오를 테스트하기 위해 최고의 엔지니어들을 고충실도 시뮬레이터에 배치했는데, 이것이 바로 오프라인 세상의 예상 결과 모델링에 사용되는 디지털 환경인 디지털 트윈의 원류다. 그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덕분에 승무원들은 일주일 내에 지구로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이는 5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다. 컴퓨터 기반 모델을 사용한 문제 해결은 이제 새로울 것이 없는 기술이지만, 3D 시뮬레이션이 등장하고 그 성능이 점차 정교해짐에 따라 그 적용 범위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현재 지구에서 디지털 트윈은 건축·엔지니어링·건설(AEC) 회사가 가상 자산과 물리적 자산을 병렬로 구축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비즈니스에 더 나은 성과를 제공한다.
각종 시스템에서 나온 실시간 데이터와 물리적 종속성 모델, 그리고 인텔리전스를 결합함으로써 프로젝트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뮬레이션하여 실제 성능과 수익성을 예측 및 개선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면서 디지털 트윈이 업계를 휩쓸고 있다.
미시적 수준의 관리 기능 개선
업계 전문가들은 건설 및 자산 관리 리더가 자산의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핵심 성과 지표(KPI)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수정 구슬을 항상 원해 왔다고 말한다.
과거의 3D 솔루션은 사용자 친화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전문 건축 및 엔지니어링 이외의 분야에서 사용되지 않았지만, 오늘날의 디지털 트윈은 건물 성능과 포트폴리오 관리에 더욱 적합해져 고객의 이해를 돕는 데 한결 도움이 된다.
응용 영역이 확장되면서 디지털 트윈 기술의 가치를 선보일 기회가 생겼다. 다른 여러 기술 툴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트윈은 팬데믹 도중과 팬데믹 이후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요소로서 빛을 발했다.
건축 현장은 봉쇄 조치가 조기에 해제된 곳 중 하나지만 아직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새로운 개인 보호 장비(PPE) 및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인해 프로젝트 관리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했다. 가능한 한 많은 작업과 제작이 현장 밖에서 진행되어야 했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데 디지털 트윈이 큰 도움이 되었다.
렌드리스 디지털(Lendlease Digital)의 CEO이자 디지털 트윈 컨소시엄 운영 위원회의 일원인 윌리엄 루(William Ruh)는 “디지털 트윈을 사용하면 시공을 시작하기 전에 볼트와 같은 작은 부분까지도 물리적 건물과 일대일의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루는 2020년 RT인사이트(RTInsights)와의 인터뷰에서 건물의 가상 복제본을 사용하여 건물을 최적화할 수 있다며 “디지털 트윈의 사용이 항공 및 기타 산업에 영향을 미친 것과 같은 방식으로” AEC 산업도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토데스크의 AEC 전략 부사장인 니콜라스 맨건(Nicolas Mangon)은 “코로나 이전에 고객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5년에 걸쳐 진행되는 긴 여정이라고 말했지만, 코로나가 터지자 단 6개월 만에 완료해냈다”고 말했다.
맨건은 이어 "지난 몇 년 동안 고객들은 건설 이후 단계에서 디지털 트윈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다. 소유 비용의 70% 정도는 건물이 사용되기 시작한 후에 발생한다. 그런데 비용을 관리하고 건물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가상의 복제본을 갑자기 갖게 되었으니 그건 일종의 계시와도 같았다”고 덧붙였다.
거시적인 수준에서 변화에 대비하기
또한 디지털 트윈은 AEC 회사들이 급속한 도시화, 제조 역량 온쇼어링(Onshoring),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 기반 시설 계획의 영향, 유럽 그린 딜, 그리고 미래의 팬데믹에 대비해 건축 법규를 정돈할 범국가적 규제 변화 등 대형 트렌드에 대응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러한 트렌드 하나하나의 영향은 업계를 완전히 바꿔 놓을 수 있으며, 이는 디지털 트윈 컨소시엄이 형성된 한 요인이기도 하다.
이 컨소시엄은 디지털 트윈을 한 가지로 정의하여 시장의 혼란을 없애기 위해 설립되었다. 이제 그 목표가 달성됨에 따라, 이들은 AEC 기업 및 제조 산업 내에서 디지털 트윈의 개념을 널리 알리고 파트너 간의 상호 운용성과 협력을 장려하기 위한 기술 표준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건물 센서에서 수집된 사물 인터넷(IoT) 데이터를 위한 공통의 스토리지 솔루션을 만드는 컨소시엄 활동을 주도하고 있으며, 오토데스크 역시 공통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과 관련한 활동을 이끌고 있다. 그 밖에도 렌드리스와 같은 AEC 대기업과 델(Dell),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 GE 디지털(GE Digital)을 포함한 기술 및 엔지니어링 리더들이 여러 이니셔티브를 주도하고 있다.
대규모 도시화의 발판 마련
오토데스크의 맨건은 디지털 트윈이 점유율을 높여감에 따라 AEC 산업은 이를 통해 조직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인구를 도시로 이주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맨건은 오늘날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가 35억 명에 달한다며 “도시 인구는 30년 내에 2배에 이를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온 산물들은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졌지만, 앞으로 30년 동안 우리는 지금의 도시에 마련된 모든 주거 시설과 상업 시설을 또 하나의 공간에 그대로 구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맨건은 이어 "계획과 설계를 간소화 및 단순화해 주는 소프트웨어 없이는 AEC 산업에서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계획 및 설계 단계가 시작되기 전부터 최적의 건물 형태와 자재를 파악하고, 그 이유도 알아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후의 개척지
액센츄어(Accenture)의 테크놀로지 비전 보고서(Technology Vision Report)는 디지털 트윈을 지난해의 5대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연구원들은 디지털 트윈이 성장 중인 ‘메타버스’ 산업 분야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곳에서는 오피스 타워 전체, 공장, 공급망, 제품 수명 주기가 디지털로 표현된다.
이 보고서는 “이는 기업 리더들이 데이터와 인텔리전스를 취합하고 중요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낸 뒤 운영과 협업 및 혁신 방법을 재고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미지조차 표시할 수 없는 컴퓨터로 트윈이 만들어졌던 아폴로 13 시대 이후로 많은 진전이 있었다. 오늘날과 비교하면 당시의 솔루션은 깜박이는 다이오드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망가진 우주선을 지구로 복귀시킬 만큼 강력했다.
시작부터 그랬기 때문에, 디지털 트윈이 앞으로 전 지구적 차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전혀 놀라울 것이 없다. 유럽의 연구원들은 이 기술을 사용해 지구 기후를 모델링하고 EU 친환경 정책 입안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무엇인가?
이제 AEC 기업들은 시공하는 건물을 극사실적인 가상 모델로 생성할 수 있다. 실제 건축에 사용되는 강철과 유리, 콘크리트 등이 완벽히 재현된다.
디지털 트윈은 3D 모델링이 논리적으로 진화한 버전으로, 렌더링된 이미지에 깊이를 더해 만들어진 온스크린(on-screen) 실물 모형을 능가하는 개념이다. 트윈은 미러링하는 건물 자산으로부터 실시간 데이터를 수신한다.
BIM(빌딩 정보 모델링)은 디지털 트윈 생성의 기반으로 삼기에 가장 좋은 프로세스다. 극사실적인 BIM 기반 모델을 통해 사용자는 완공했을 때의 건물 외관이나 느낌을 미리 알아볼 수 있다. 설계 단계에서는 종이 도면을 대체할 수 있다. 그로 인해 건축가는 새 건물의 안팎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3D 렌더링을 갖게 된다. 또한 엔지니어는 BIM 모델을 사용해 각종 구조 요소와 자재를 실험하며 성능을 테스트할 수 있다.
마침내 실제 건물이 완공되면 BIM 모델은 건물 자산의 디지털 트윈으로 바뀐다. 디지털 트윈은 도플갱어와 공생하면서 여러 센서 및 시스템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신해 물리적 구조의 실제 동작을 실시간으로 모방한다.
건물에 입주하는 소유주에게 디지털 트윈을 지원하는 실제 현장 모델을 전달하면, 소유주는 자산의 실제 사용 현황을 원활하게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디지털 트윈을 통해 실제 조건의 영향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장기적인 성능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정보는 비용을 절감하고 위험을 줄이며 모든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회복 탄력성을 높일 수 있는 분석 및 인사이트의 원재료가 된다.
산업 간 협업
디지털 트윈이 여러 산업의 운영 모델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해 AEC, 제조, 의료, 천연 자원 분야 전반의 리더들이 함께 각 산업 분야를 망라하는 새로운 조직을 구성했다. 이는 디지털 트윈 기술에 대한 일관된 어휘와 아키텍처, 보안 프레임워크, 상호 운용성을 확립하기 위한 조치였다.
디지털 트윈 컨소시엄의 목표는 디지털 트윈의 가치를 입증함으로써 글로벌 사용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 기술의 도입을 가속하는 것이다. 컨소시엄 구성원은 기술 지침과 분류 체계를 설정하고, 참조 프레임워크를 게시하며, 새로운 표준에 대한 요구사항을 개발하고, 사용 사례와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현재 이 컨소시엄의 규모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에 관심이 있고 이 기술을 운영 및 공급망에 적용하려는 기업과 조직, 공공 기관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