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빌더로 거듭나다
아시아 태평양(APAC) 지역의 건축 회사들은 변하는 환경에 적응해 왔지만 전과 같을 수는 없었다. 전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으로 인해 기업들은 새로운 프로세스와 툴을 도입해야 했다. 그러한 변화는 이 산업을 이전의 화려한 시대로 되돌릴 희망을 제시한다.
코로나로 인한 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건축 회사들은 뉴노멀에 맞춰 자체적인 표준을 도입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프로젝트 지연, 매출 감소, 인력 재배치, 간접 비용을 줄이기 위한 작업 재조정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많은 변화와 혼란의 위험이 도사리는 가운데 이 지역의 기업들은 고객에게 어떻게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했다.
건축 회사 우즈 베이곳(Woods Bagot)의 케이트 프리어(Kate Frear) 이사는 “고객은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실히 감독할 것을 요구한다. 건축가에게는 규정을 잘 준수하고 있음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또한 고객이 자산을 보유하든, 아니면 처분하든 건물의 전체 생애 주기와 그것이 고객의 비즈니스 요구사항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파괴는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동시에 대대적인 혁신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2007~2008년 당시 금융 위기로 인해 초기 핀테크 산업이 각광받으며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를 여는 데 일조했다. 이 두 트렌드의 중심에는 새로운 클라우드 플랫폼과 향상된 모바일 앱이 있었다.
팬데믹 발생 이후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은 화상 회의의 등장과 전자 상거래로의 대규모 전환이다. 건축 분야에서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빌딩 정보 모델링)의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
원격 작업과 더불어 여러 지역에서 협업하는 가상 팀이 등장한 가운데, 아시아 태평양의 건축 회사와 고객들은 BIM을 통해 설계에 대한 일관성을 유지하고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일본의 건축, 계획 및 엔지니어링 회사인 니켄 세케이(Nikken Sekkei)의 요시다 데쓰(Tetsu Yoshida)는 “아직까지는 실제 공간의 설계와 공간 활용 방식을 다루는 것이 주된 작업이다. 제작뿐 아니라 설계에서 완성까지의 프로젝트 관리를 포함하는 다면적 정보 처리가 필요하다. 또한 건물 운용 과정에서 부가 가치를 제공하도록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는 툴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BIM은 무엇인가?
BIM을 사용하면 건물을 3D 디지털 모델로 상세하게 구현할 수 있다. 건축가는 이 모델을 사용해 최종 구조의 내/외부 형태를 정확히 묘사하고 이를 고객 및 시공사와 공유한다.
3D BIM 모델은 설계 외부의 데이터 소스를 통합할 수 있으며 건축가는 이 모델을 통해 에너지, 조명, 자재, 비용을 분석함으로써 소유주에게 완공된 건물의 운용 방식을 이해시킬 수 있다.
그러나 3D BIM 모델의 역할은 건물의 물리적 특징을 훑어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BIM 플랫폼은 모든 프로젝트 이해 관계자를 위한 단일 정보 저장소다. BIM은 건축가부터 고객, 시공사, 엔지니어, 조사관에 이르기까지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아이디어가 저장된 공유형 지식 리소스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변경 사항이 있을 때마다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BIM을 통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건축가들은 팬데믹에 따른 규제에 대응하여 워크플로우를 업데이트하면서 비용 대비 효율이 높고, 지속가능하고, 시각적으로 뛰어난 고성능의 건물을 계속 설계할 수 있었다.
니켄 세케이의 요시다는 “우리와 같은 대규모 건축 및 엔지니어링 회사들은 설계, 구조 요소, 장비 및 자재 활용에 대한 프로젝트 파트너 간의 조정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현재 더 많은 기업이 BIM을 통해 설계 문서와 데이터를 연결하고 있어 건설 중에 발생하는 복잡한 계산과 재계산을 보다 쉽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와 현재의 프로젝트 데이터가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옮겨져 분석에 활용 가능한 인텔리전스 저장소를 형성하고, 미래 설계를 위한 새로운 3D 모델 생성에 정보를 제공하며, 향상된 디지털 트윈을 생성한다.
이러한 기능은 건축 프로세스에서 건축가의 위치를 잠재적으로 재정의하는 혁신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건축가는 다시 한번 새 프로젝트의 중심에 서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그리고 그 너머에 이르기까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미래로의 귀환
옛날에는 건축가가 콘셉트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하는 ‘마스터 빌더(Master Builder)’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역할은 보다 전문화된 형태로 진화했다. 건축가는 자연스럽게 설계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지만 계획서가 시공사에 전달된 후에는 완성된 건축물의 결과에 대해 부분적으로만 책임을 졌다.
케이트 프리어(Kate Frear)는 이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회사들의 역할이 다시 승격되고 있다고 말한다. BIM 덕분에 설계 및 건축 프로세스에서 더 많은 부분이 현장으로 넘어갔다. 이제 건축가는 시공이 시작되기 전에 잠재적인 위험과 결함을 식별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이고, 건설 과정에서 시공사 및 엔지니어와 더 긴밀하게 협업하며, 건물이 완공된 후의 관리 및 운용 방식을 미리 내다볼 수 있게 되었다.
프리어는 “조달 모델이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를 전통적인 건축가의 역할로 되돌려 놓고 있다. 호주에서는 일부 건물의 결함으로 인해 건축가, 시공사, 고객의 역할이 각각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로써 위험을 적절하게 분류하고 위험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로 인해 우리가 클라이언트 및 시공업체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고, 3D 모델 및 이를 만드는 데 사용된 정보 등 납품 항목이 중요해졌다.”
디지털의 장점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
앞으로도 디지털은 건축가가 고객의 변화하는 요구사항에 부응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최근 호주 건축가 협회(Australian Institute of Architects, AIA)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AR(증강현실)이 향후 파이프라인 구축 기회의 주요 원천으로 지목되었고, 응답자의 17%는 현재 자사에서 AR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객들도 BIM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AIA 조사에서 고객의 약 절반이 BIM과 그 적용 영역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고 응답했다.
토니 자노네(Tony Giannone) AIA 회장은 연구 결과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건축 회사들은 “신흥 기술을 비즈니스 모델에 긴밀하게 통합함으로써 기술이 지닌 잠재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즈 베이곳의 케이트 프리어는 그렇게 하는 것이 회사가 고객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거시적인 목표를 성취하는 데 이미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러한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관점이 달라졌다. 피복재의 효율성과 같은 것을 모델링하고, 건축 서비스를 살펴보는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고객이 그러한 설계 과정을 경험할 준비를 갖추게 되면 훨씬 더 회복 탄력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BIM은 아직 발전 단계에 있는 기술이며 고객과 파트너가 BIM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할 여지가 남아 있다.
니켄 세케이의 요시다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더 잘 충족하려면 공통의 언어를 마련하여 당사자 간의 소통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PDF처럼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BIM 데이터 뷰어가 필요하다. BIM과 텍스트 데이터가 통합된 CDE 같은 환경에서 워크플로에 맞는 데이터를 안전하게 가져올 수 있다면 각 프로젝트의 이해 당사자가 데이터를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