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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을 통한 설계 반복으로 지속가능한 발사체를 개발하는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우주 발사체 블루웨일1은 200kg 위성을 500km 상공의 태양 동기 궤도로 실어 나를 수 있다. 이미지 제공: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소형화, 다양화되는 위성들을 위한 맞춤형 발사체 및 발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  Vault(볼트)를 사용하여 모든 구성원이 최신 설계 데이터에 접근 가능한 설계 반복 시스템을 갖추고 최적의 설계를 찾아낸다.
  •  국내 시험 공간이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HILS(Hardware In the Loop) 시뮬레이터를 개발하는 등 시뮬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  기존 우주 발사체에 사용되는 등유 연료, 알루미늄 소재보다 친환경적인 메탄 연료, 탄소 섬유 소재를 채택했으며 향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바이오메탄을 도입할 계획이다.

민간기업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우주 발사체 발사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한국에서 우주 발사체를 발사하는 첫 민간기업인 동시에 전 세계에 몇 없는 소형 우주 발사체를 쏘아 올린다. 소형 우주 발사체는 대형 발사체보다 더 질량에 신경써야하고, 더욱 정교한 기술을 요구한다. 아무도 가보지 않았고, 보다 어려운 이 길을 택한 이유는 '우주를 향한 지속 가능한 접근'을 꿈꾸기 때문이다. 오는 초여름, 대한민국의 섬 제주도 서쪽 해상에서의 시험 발사를 시작으로 이들의 꿈이 실현된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이야기다. 

여전히 높은 우주의 장벽

우주 발사체 시장은 극단적인 공급자 위주 시장이다. 위성 산업의 막대한 가치 덕분에 위성을 쏘아 올리기 위한 발사체 수요는 폭발적이지만 발사체의 높은 기술 장벽 탓에 공급은 제한적이다. 이 때문이 많은 기업이 자사 위성을 발사하기 위해 몇 년을 대기하고 수백만, 수천만 달러의 거금을 낸다. 게다가 비용 절감을 위해 하나의 대형 발사체에 여러 기업의 위성들이 대량 탑재되는 만큼 위성을 원하는 곳으로 보내기도 어렵다. 스페이스X를 필두로 한 민간 우주 산업의 시대, 소위 ‘뉴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한 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지만 우주 산업의 장벽이 여전히 낮지 않은 이유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액체 메탄 메인 엔진 블루 1S 이미지 제공: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페리지는 여기서 혁신의 기회를 발견했다. 갈수록 소형화, 다양화되는 위성에 맞춰, 맞춤형 발사체 및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페리지는 발사체의 크기를 줄이고 발사 비용을 대폭 낮춰 위성 사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자 한다. 페리지가 개발 중인 블루웨일1(BlueWhale1) 발사체는 200~500kg급 위성을 지구 저궤도로 수송할 수 있다. 이 발사체를 활용해 국내 발사의 이점과 저렴한 발사 비용을 강점으로 국내 수요를 공략한 다음, 국내에서의 사업화를 발판으로 동남아, 유럽의 소형 발사체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이 페리지의 현재 목표다.

이은광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은 “뉴스페이스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발사 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이 반드시 필요하며, 여러 기업이 이러한 비용 절감을 위한 각자의 차별성을 내세워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다. 페리지도 이러한 비용 절감을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부품부터 제작 역량을 내재화하고 발사체 재사용 기술 등 제작 비용을 낮추기 위한 핵심 기술들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며 “일례로 페리지 옥천 로켓개발컴플렉스에서는 오토클레이브, 적층 제조 설비 등을 갖춰 극저온 및 고압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탄소섬유복합소재 탱크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절감의 핵심은 빠른 설계 반복

비용 절감을 위한 설계 개선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빠른 설계 반복(iteration)이다. 일일이 물리적인 시제품을 만들고 폐기하는 대신 매개 변수를 바꿔 가면서 수많은 설계 시뮬레이션을 반복 처리하고 그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최적의 설계를 찾아낸다. 이 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할수록 비용이 절감되고 최종 제품의 품질은 높아진다.

페리지는 빠르고 정확한 설계 반복을 위해 오토데스크 Inventor(인벤터)를 중심으로 설계 반복 절차를 일원화하여 설계부터 검증, 시각화 자료 생성까지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결한다. 이 부사장은 “3D 작업에는 Inventor, 2D 도면화 작업에는 오토데스크 AutoCAD를 사용하는데, 이 두 가지 도구로 설계, 해석, 재설계, 제작, 도면화 등 일련의 과정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장점”이라며 “Inventor를 통해 해석을 위한 기초 데이터를 생성하면 데이터를 해석하기 좋게 간소화하거나 편집하기가 대단히 편리하다. 작업 후에는 Inventor에 내장된 구조 해석 기능으로 빠르게 구조 해결 결과를 도출하여 설계에 반영할 수 있고, Inventor의 렌더링 기능으로 실제 제품과 굉장히 유사한 느낌의 렌더링 시각화 자료를 얻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확보한 데이터는 오토데스크 Vault(볼트)를 통해 모든 구성원이 최신의 설계 및 시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된다. 이 부사장은 “페리지는 설계 반복을 위해 중앙화된 데이터 관리를 비롯해 궁극적으로 설계, 제작, 시험 역량의 내재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Vault를 활용하여 팀별로 접근 권한을 관리하고 각 팀에 특성에 따라 데이터 보안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설계 반복 과정을 거치다 보면 많은 데이터가 도출된다. 이를 Vault에서 모두가 최신 데이터를 볼 수 있도록 관리함으로써 구성원 간에 혼선을 없애고 개발 속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재사용 가능 기술 확보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재사용 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비용 절감을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관문이 하나 있다. 바로 발사체 재사용이다. 재사용 가능 발사체의 발사 비용은 일반 발사체 대비 20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우주 산업의 장벽을 낮추겠다는 페리지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재사용 기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발사체 1단이 고도 100km 안팎까지 발사체 2단과 탑재체를 밀어 올린 뒤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 정확히 원하는 위치에 똑바로 선 채로 손상 없이 착륙하게 하려면 대단히 정교한 계측과 제어가 필요하다. 이 같은 기술의 난이도 때문에 현재 발사체 재사용 기술을 보유한 곳은 스페이스X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소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페리지 같은 기업은 재사용을 위해 더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발사체의 크기가 작을수록 제어하기가 훨씬 까다로울 뿐 아니라, 착륙 시의 외란을 견디기도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발사체 재사용을 위해서는 수직 이착륙 등 위험성이 큰 시험들을 수행해야 하는데, 사막 등 인적이 드문 개활지가 많은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위험한 시험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이 부사장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페리지는 비행제어 알고리즘을 테스트할 수 있는 HILS(Hardware In the Loop) 시뮬레이터를 자체 개발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외란과 비행 시나리오에서 발사체가 정상적으로 제어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리지는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시험 기체 ‘블루웨일0.3’의 고도 100m 수직 이착륙을 성공시키며 발사체 재사용 기술 확보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지속가능한 우주 산업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의 액체 메탄 메인 엔진 블루 1S 연소 테스트. 이미지 제공: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우주 발사체 발사 횟수가 점차 늘어나면서 발사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직은 전 세계 우주 발사체 발사 횟수가 연간 200회 안팎으로 적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지만, 앞으로 발사 횟수가 급격히 늘어나면 우주 발사체 설계에서 지속가능성도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페리지는 지속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해 친환경적인 소재와 연료를 사용한다. 블루웨일1 기체의 주요 소재는 기존 발사체에 주로 사용되는 알루미늄보다 훨씬 경량화된 소재인 탄소 섬유이다. 이를 통해 연비를 향상시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또한 기존에 우주 발사체 연료로 많이 사용되는 등유가 아니라 액체 메탄을 추진제로 사용하는 액체 엔진을 발사체에 적용하여 대기 중에 배출되는 오염물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페리지는 앞으로 계속해서 친환경 기술을 새로 개발하여 발사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나갈 방침이다. 최근에는 가축 분뇨, 음식물 쓰레기 등을 분해하여 생산하는 바이오메탄에 주목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블루웨일1의 연료는 메탄이므로) 향후 바이오메탄을 액화한 액체 메탄도 연료로 사용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장점을 활용해 향후 추진제 사용량이 늘어나면 바이오메탄을 이용해 탄소중립적인 발사체로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필자 소개

이기준은 프리랜서 기자 겸 번역가다. 중앙일보, 포브스코리아 등의 매체를 거치며 기자 경력을 쌓았다. 국제 정세와 첨단 기술, 지역 사회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현재 Design & Make with Autodesk 한국어판의 에디터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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